矛盾 Oxymoron
Hyejeong Park 1st solo exhibition  

2010, 05. 12 [wed] - 06. 06 [sun]
Artist's reception: Thur, May 13, 5-8pm

                                                                                                                                                                                               artist bio


박혜정의 그림에는 환상이 있다. 선명한 색채의 대비로 이루어진 박혜정의 그림은 환상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환상자체인 듯하다.
이성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고, 지식은 쌓여 명료함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단편적인 모습에 관한 것이며, 본성을 다루는 철학은 완성을 이루지 못하였다. 시선을 고정하고 우리가 명확함을 가질 수 있는 화각은 약 45° 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꿈에서는 이 명확함을 가지는 화각 밖의 시선이 이미지화되며, 아무런 사고의 체계를 거치지 않았던 인상이 비록 인과관계나 논리에 서있지는 못하더라도 구성을 갖게 되기도 한다.

박혜정의 그림은 꿈꾸고 있다. 그래서 환상을 생각하게 한다. 기억의 조각이 이루어낸 몽타주는 기억이 가지는 현상의 재현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잔재가 가지는 실체의 추구인 것이다. 기억은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기 보다는 점점 만들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논리와 명료함은 개념을 만들어 주고, 명확한 개념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로 인해 그 개념에 속하지 않은 것들을 잃게 한다. 이러한 모순은 우리는 이성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또 이성의 객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세상을 관찰하기도 하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끊임없이 삶고 죽음에 관한 의문을 갖기도 한다.

박혜정의 그림은 꿈속의 뒤엉킨 기억의 조각처럼 다른 그림과 서로 어렴풋이 걸리어 있다. 한 그림의 요소였던 풍선은 다른 그림에서는 주제의 위치를 획득한다. 공을 주고받는 두 소녀는 마치 자신이 타자화한 자신에게 주는 듯이 보이고, 숲을 향해 달려가는 한 여인은 다른 그림에서는 수많은 소녀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한 여인의 어떤 기억이 반복 되어 일어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자신의 기억이 다른 누군가에게로 전이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작가의 모습일수도 있고 우리들의 기억일수도 있다.

그림이 가지는 이러한 불확실함은 우리에게 현실 속에 깨어 있는 꿈을 보여준다. 이성이 가지는 명료함의 그림자인 모순이 박혜정의 그림 속에서는 환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박혜정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컴퓨터 작업 외에도 직접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꾸준히 병행하는 작가이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색채와 명료한 화면 구성으로 스토리를 응축하는 힘이 있는 박혜정의 작품은 학부 재학 시절부터 인정을 받아 뉴욕의 권위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소사이어티인 ‘Society of Illustrators’에 재학생으로서는 처음으로 뽑혔고, 그 외 Spectrum, Art Directors Club, CMYK 잡지(미국)와 Lurzer’s Archive(오스트리아)등의 국제적인 일러스트상에 수상 되었으며, 이번 박혜정 개인전 <矛盾 Oxymoron>에는 그 수상작 중 몇몇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옆집갤러리> 

"이미지는 작가가 찾는 것이 아니고 작가에게 어느 순간 찾아오는 것이다." - 박혜정 작가노트 중에서

Writer profile
Next Door Gallery 옆집갤러리

갤러리 / 현대미술/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미술품 전시 및 판매
2010/04/12 21:03 2010/04/12 21:03